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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리서 왔구나. 와서 바람에 물렸구나. 어제는 유리창이 죽었고 그제는 자전거가 죽었다.

 

사방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.

 

술에 취하면 모두 제 방으로 끌려갔다. 나와 자전거 혼령만 남아 있다. 무슨 일이든 일어나고야 마는 밤은 매일 뜨고 진다.

 

게스트하우스 이층 침대에 누우면 위층에 아무도 없는데 삐걱삐걱 침대가 뒤척인다. 점멸등이 내 몸을 뒤지고 있다.여기에서 너를 생각하면 안 된다.

 

미안해요. 미안합니다. 나는 사방에 인사를 하는데 멀리서 왔구나. 모두 바람에 물린 얼굴로 돌아갔다.

 

수많은 침대 중 하나에

너는 눕는다.

그러므로

이 도시에선

너를 생각하면 안 된다.

우리는 너무 가깝다.

 

 

 

손미 |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| 민음사 | 201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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